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에는 후삼국시대 후백제를 창건한 시조, 견훤 왕의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견훤은 867년, 신라 경문왕 시절, 지금은 궁터라 불리는 아차마을에서 태어났다. 새 국가를 건설한 왕답게 특별한 탄생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견훤의 어머니는 아차마을의 큰 부자였던 ‘아자개’의 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잘생긴 귀공자가 찾아와 ‘나는 하늘에서 왔다’라고 말하며 그녀와 동침을 했다고 한다. 

이 후 둘의 만남은 매일 밤 이어졌는데, 어쩐 일인지 귀공자는 새벽이면 날이 밝기가 무섭게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것... 결국 둘 사이에 아기가 생기고 말았는데, 점점 불러오는 배를 바라보던 견훤의 어머니는 귀공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밤에 몰래 명주실을 꿰어 놓은 바늘을 귀공자의 옷자락에 꽂았다고 한다.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명주실을 따라가 보니 어느 굴속으로 들어가 있었고, 바늘은 기둥만한 지렁이에게 꽃혀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아기가 바로 훗날 후백제를 세운, 견훤 왕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견훤은 지렁이 장군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는 지렁이를 발견했던 금화굴과 함께 견훤이 용마를 얻어 훈련시켰다는 말 바위도 궁기리 천변에서 만날 수 있다. 

이렇게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견훤은 경북 상주에 있는 견훤산성에서 군사를 양성했는데, 이 때 모아진 힘으로 후백제를 건국해 백제의 옛 강토를 거의 다 복고한 후, 고려의 왕건, 신라의 궁예와 함께 후삼국 시대를 이끌었던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후백제 말기, 왕자들의 반란으로 인해 왕좌에서 물려난 견훤 왕은, 고려군에 의해 자신이 세운 후백제가 무너진 것을 지켜봐야 하는 아픔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