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族譜)는 시조로부터 혈통의 계승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선후 대수(代數)와 항렬별로 친소관계(親疎關係)를 밝힌 기록이다. 우리나라에서 족보는 조선시대부터 간행되기 시작하여 1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성행하게 되었다.

족보는 기록하는 방식에 따라서 족도(族圖)와 족보, 팔고조도(八高祖圖), 가첩(家牒) 등으로 구분된다. 족도는 본인을 중심으로 종적인 조상세계를 계보화하고 횡적인 자녀와 내·외손의 파계를 정리하여 한 장의 도표로 만든 것이다. 족보는 조상에 대한 가계 기록을 보다 체계화하여 서책으로 편찬한 것을 말한다. 팔고조도는 자기를 중심으로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형태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양쪽의 조상 내외를 고조부 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만들어진 계보이다. 가첩은 동족의 전부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자기 집안의 직계에 한해서 발췌하고 초록한 세계표이다. 특히 가첩은 절첩본의 형태로 되어 있어서 휴대용으로 적합하였다.

혈통관계를 밝히는 보학(譜學) 교육은 여성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집온 여성들이 가문의 내력과 씨족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시집살이에 필수적인 것이었다. 여성들에게 보학을 교육시키는 방법은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첫째, 한글 족보를 편찬하여 여성들이 쉽게 보학을 익힐 수 있도록 하였다. 족보는 대부분 한문으로 편찬하였다. 이는 남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들을 위한 한글 족보가 별도로 만들어졌다.    

한글 족보는 가첩의 형태를 하고 있다. 한글 족보에는 시조 이하 파조(派祖)를 거쳐 본인에 이르기까지 직계존속만을 수록하였다. 그리고 조상에 대한 설화나 사적을 기록하기도 하고, 친족 구성원들의 생일과 제사일을 적어 넣어 가족행사를 기억하는데 참고하기도 하였다. 1858년(철종 9)에 편찬된 「오천뎡시셰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둘째, 규방가사를 통하여 여성들에게 보학 교육을 시켰다. 규방가사 가운데 보학과 관련한 가사는 「세덕가(世德歌)」와 「세계가(世系歌)」를 들 수 있다. 규방가사 형태의 여성보학 자료는 특히 안동지방에서 쉽게 발견된다. 이들 규방가사를 통한 여성의 보학 교육은 시집간 이후 시가媤家의 가계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시집가기 전 친정의 가계도 교육받았다.

「의성김씨세계가(義城金氏世系歌)」는 대표적인 「세덕가」류의 규방가사이다. 표지에는 한자로 ‘義城金氏世系歌’라는 제목을 붙이고, 편찬시기를 ‘己亥年 正月十五日記’라고 기록하였다. 이는 1899년 1월 15일이다. 본문은 여성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로 기록하였는데 이름자를 기록할 때는 한자를 함께 기록하였다. 본문에는 가사의 제목을 한글로 ‘우리 집세게가’로 하였다.

족보를 통해 뿌리를 알기 위한 보학교육은 여성에게도 철저하게 시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시집가기 전에는 친정어머니로부터 친가의 족보를 익혔으며, 시집간 이후에는 시어머니로부터 시가 및 시외가의 족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노력하였다. 자신의 뿌리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며, 시가의 족보를 아는 것이 시집살이의 시작이었다.

글쓴이 : 차장섭 강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한국사)